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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2010, 이창동 감독) "말을 잃은 세계, 시로 말하다" 시를 향한 여정과 윤정희의 연기의 주인공 미자는 일상에서는 한없이 평범한, 아니 오히려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인물이다. 나이가 들고, 생계를 위해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손자까지 홀로 키우고 있지만 그녀는 한 번도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 적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시를 써보라’는 강좌를 듣고 자신에게 묻는다. “시는 어떻게 써요?” 이 질문은 단지 글쓰기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어떻게 마주하느냐’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 여정의 시작이자 끝에 선 인물, 미자를 연기한 윤정희의 연기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하나의 시처럼 느껴진다. 윤정희는 를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했고, 그 사실 자체가 이 영화에 깊은 여운을 더한다. 그녀는 16년간의 공백을 깨고 이창동 .. 2025. 4. 17.
영화 올드보이(2003) "복수의 미로, 인간의 심연" 서사와 미장센의 심리적 압박의 서사는 복수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죄책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극이다. 영화는 오대수라는 인물을 15년간 이유도 모른 채 감금시키며 관객을 그의 시점에 몰입시킨다. 박찬욱 감독은 이 과정에서 서사의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무게를 부여한다. 영화의 도입부는 오대수의 일상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이후 겪게 되는 고통의 대비를 극대화한다. 그의 격리 공간은 감옥이라기보다 심리적 지옥에 가깝다. 텔레비전만이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창이며, 그를 지켜보는 시선은 관객마저도 ‘공모자’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미장센은 의 압도적인 심리 묘사를 완성하는 핵심 도구다. 좁고 닫힌 공간, 반복되는 구조물, 그리고 .. 2025. 4. 16.
영화 다음 소희(2022) "희생의 사회, 소희의 비극" ‘소희의 하루’ - 현대 사회 속 일의 고통"다음 소희"는 주인공 소희의 일상적 고통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일의 의미와 그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그려낸 영화다. 소희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청소년으로, 성실하게 일을 수행하면서 겪는 심리적, 신체적 고통이 점차적으로 누적된다. 이 영화는 소희의 하루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계적인 노동과 그로 인한 감정의 억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희가 겪는 고통은 단순히 일의 강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일하는 그녀의 상황은 점차적으로 그녀의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영화는 소희가 겪는 일의 고통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확대한다. 그녀의 일상은 .. 2025. 4. 16.
영화 잠(2023, 유재선 감독) "잠든 밤, 깨어나는 진실" 부부의 침실, 공포의 무대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침실’을 가장 위협적인 장소로 바꿔놓는다. 이 영화는 초자연적 존재나 외부의 괴물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의 변화를 통해 불안을 조성한다. 이야기는 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이 함께 잠든 밤, 현수가 갑작스럽게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그가 잠든 상태에서 중얼거리고, 손톱을 뜯고, 때로는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상황은 점점 기묘해진다. 수진은 처음엔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이상 행동이 반복되면서 불안과 공포로 전이된다. 영화는 "남편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라는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강력한 공포의 근원에서 출발한다. 침대는 편안함과 휴식을 상징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위험과 불확실성의 진원지다. 밤마다 벌어지.. 2025. 4. 15.
영화 굿 타임(2017) "도망치는 밤, 멈출 수 없는 시간" 형제의 밤, 추락의 여정은 한순간의 선택이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낳는지를 밀도 있게 그린 범죄 드라마다. 영화는 뉴욕의 밤을 배경으로, 주인공 코니(로버트 패틴슨)가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닉(벤 사프디)을 데리고 은행을 털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은 두 형제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 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서사의 발단이 된다. 예상치 못한 실수로 닉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코니는 동생을 구하기 위한 일련의 폭주를 시작한다. 영화는 단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라가며, 코니가 자신의 잔혹하고도 뻔뻔한 방식으로 세상의 룰을 피해가려는 모습을 집요하게 비춘다. 그는 동생을 위해 뭔가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들이 대부분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인 데다.. 2025. 4. 15.
영화 더 스퀘어(2017) "불편한 경계, 예술의 거울" 완벽한 틀 속의 균열더 스퀘어(2017)는 예술과 사회의 경계, 인간의 도덕적 선택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스톡홀름의 현대 미술관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클라스 반 도름)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그는 미술관의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는데, 그 핵심 전시작품은 '더 스퀘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안전한 공간"을 상징하며, 누구나 그 안에서 평등하게 대우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인간의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갈등을 드러내는 도전적인 작품들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다. 영화는 전시회의 기획과 전시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그 과정에서 크리스티안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는 명망 있는 큐레이터이자 성공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적인 실수와 도덕적 .. 202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