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틀 속의 균열
더 스퀘어(2017)는 예술과 사회의 경계, 인간의 도덕적 선택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스톡홀름의 현대 미술관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클라스 반 도름)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그는 미술관의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는데, 그 핵심 전시작품은 '더 스퀘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안전한 공간"을 상징하며, 누구나 그 안에서 평등하게 대우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인간의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갈등을 드러내는 도전적인 작품들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다. 영화는 전시회의 기획과 전시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그 과정에서 크리스티안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는 명망 있는 큐레이터이자 성공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적인 실수와 도덕적 균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의 삶은 점점 더 많은 갈등을 겪으며, 그 갈등의 중심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크리스티안의 삶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미술과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동시에 그 메시지가 개인의 윤리적 가치관에 어떻게 도전하는지를 그려낸다. 영화의 플롯은 단순히 전시 기획과 관련된 사건들만을 다루지 않는다. 크리스티안은 미술관에서의 일뿐만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삶에서도 불편한 상황에 처한다. 예를 들어, 그의 전 애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 미술관의 직원과의 문제, 그리고 자신이 연루된 범죄적인 사건 등 다양한 층위에서 크리스티안은 사회적, 도덕적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크리스티안이라는 인물이 사회적 위치와 개인적인 윤리의 충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추적한다. 영화는 크리스티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지닌 불완전성과 모순을 통해, 현대 사회의 거울처럼 반영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조명한다. 외적으로는 성공적인 인물들이지만, 내적으로는 각자 자신만의 갈등과 모순을 안고 있는 인물들. 영화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적 틀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이를 통해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도덕적 기준을 다시 묻고 도전하는지 그려낸다.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들
더 스퀘어는 단순히 예술의 의미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크리스티안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선"을 정의하고, 그 선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쉽게 타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영화는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통해 사람들 각자의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상대적인지를 보여준다. 영화 초반, 크리스티안이 '더 스퀘어'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말하는 "안전한 공간"의 개념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아이디어다. '더 스퀘어'는 이론적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이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위반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안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는 사회적 위치와 권력으로 인해 주변의 불편한 상황들을 무시하거나,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이는 '더 스퀘어'가 지닌 이상적인 가치와 그의 실제 삶에서의 행동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영화는 윤리적 선택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우리를 선하게 만드는가? 우리가 가진 권력이나 지위가, 우리가 행동하는 도덕적 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크리스티안의 행동은 그가 예술적 이상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에서 얼마나 비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때때로 본인의 행동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들 때, 그런 진실을 외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그의 윤리적 결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사람으로서의 도덕성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제시한다. 또한,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그랜드" 사건도 윤리적 질문을 더욱 부각시킨다. 크리스티안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혼란과 위기 상황들은 그가 일상에서 도덕적 선택을 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사건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안에 숨어있는 인간 본능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그리고 그때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탐구한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선'과 '도덕성'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인지를 보여주며, 각 인물들이 어떻게 그 경계를 넘나들고,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그린다.
루벤 외스틀룬드의 연출 전략
그의 연출은 유머와 불쾌함을 교묘히 결합하여, 사회적 이슈를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한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상황과 캐릭터들은 사실 인간 사회와 미술계의 위선을 폭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특히 미술관이라는 설정은 예술적 자유와 도덕적 기준이 충돌하는 지점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외스틀룬드는 장면을 매우 길게 설정하거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카메라를 멈추어 놓음으로써 관객이 특정 상황을 장시간 침묵 속에서 음미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불편함을 더욱 강조하며, 관객은 그 불편함을 떠안고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안이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듯한 긴장감이 흐르며, 그 순간 관객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또한 미술 작품과 설치미술의 활용이다. ‘더 스퀘어’라는 전시 작품은 그 자체로 영화의 핵심적인 상징으로, 예술이 사회적 규범과 윤리적 선택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사회적 권력을 가진 기관으로서, 예술이 그 안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전시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술관의 큐레이터로서 크리스티안이 겪는 갈등과 위기 상황은, 결국 미술계와 사회가 가진 기득권적 문제를 풍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출 전략은 영화의 주제와 맞물려 있으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불편하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그랜드 사건은 영화의 전반적인 불편함을 한층 더 강화한다. 이 사건은 미술관과 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부조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루벤 외스틀룬드는 관객이 이러한 불편함을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든다. 감정적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그 불편함을 완전히 직면하게 한다. 결국, 루벤 외스틀룬드는 풍자와 불편함을 미학적 전략으로 사용하여, 관객이 사회적 위선과 인간 본성에 대한 중요한 성찰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미술계의 풍자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도덕적 모순과 권력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