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랑루즈(2001) "사랑, 환상, 그리고 비극의 쇼"
비극적 로맨스의 감정구조 《물랑루즈》는 단순한 화려한 뮤지컬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열망, 즉 사랑과 죽음이 교차하는 서사가 깔려 있으며, 이 사랑은 탄생부터 종말을 암시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비극적 결말을 예고함으로써, 관객에게 감정의 방향성을 미리 규정짓는 장치를 사용한다. 크리스티앙이 들려주는 회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사틴의 죽음을 알고 시작하게 되며, 이 구조 자체가 사랑의 덧없음을 드러낸다. 사틴은 사랑을 꿈꾸지만, 그녀의 몸은 결핵으로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고 있고, 그녀가 속한 물랑루즈는 자본과 권력의 극단적인 상징이자, 사랑이 설 자리를 잃은 세계로 제시된다. 그녀의 몸은 소비되고 착취되며, 사적인 욕망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공간 안에서 사랑은 가장 비..
2025. 5. 10.
영화 잭 리처 (2012) "총성보다 묵직한 추적의 리듬"
무표정의 심연, 잭 리처라는 존재의 형상화영화 《잭 리처》의 주인공은 기존 액션영화의 히어로와는 궤를 달리한다. 리처는 전직 미 육군 헌병대 장교 출신으로, 우수한 전술 분석 능력과 근접 전투 실력을 지녔지만, 그는 더 이상 정부에 속하지 않고, 심지어 사회의 시스템조차 외면한 채 살아간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영웅'이라기보다는 '감시자', 혹은 '떠돌이 심판자'에 가깝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나지만,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말없이 사라진다. 리처는 누군가의 친구도, 조직의 일원도 아닌, 자발적인 외부자다. 그가 등장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도심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사건을 계기로, 누구도 찾아낼 수 없었던 잭 리처가 스스로 모습을 ..
2025.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