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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흔적없는 삶(2018) "자연 속 자유 vs 사회의 틀" 숲에서의 삶 – 자유인가, 도피인가?흔적없는 삶(2018)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지만, 단순히 ‘자연에 대한 동경’을 담은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한편으로는 그 자유가 현실로부터의 도피일 수도 있다는 모순을 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윌(벤 포스터)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군인 출신으로, 현대 사회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딸 톰(토마신 맥켄지)과 함께 숲 속에서 살아간다. 그는 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삶이 가장 순수한 자유라고 믿지만, 딸은 점점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숲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조용히 따라가며, 우리가 자유라고 믿는 것이 진정한 .. 2025. 4. 2.
영화 언더 더 스킨(2013) "낯선 존재의 시선" "인간이 된다는 것" 외계인의 시선으로 본 인간성과 정체성영화는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스칼렛 요한슨)가 스코틀랜드의 거리에서 남성들을 유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검은색 밴을 타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남성들을 대상으로 접근한다. 매혹적인 외모와 부드러운 말투로 그들을 안심시키고,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정체불명의 검은 공간 속으로 이끌어 사라지게 만든다. 이곳은 현실과 단절된 듯한 기이한 장소이며, 남성들은 한없이 깊은 액체 속으로 가라앉아 존재 자체가 소멸한다. 이 외계 존재는 처음에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완벽한 포식자’다. 그녀는 오직 ‘사냥’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존재하며, 인간을 도구처럼 다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점점 인간 사회를 관찰하고, 인.. 2025. 4. 1.
"작은 방에서 찾은 거대한 자유" 영화 룸(Room, 2015)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감금과 자유 영화 룸(Room, 2015)은 감금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독특한 감성 드라마다. 영화의 초반부는 철저히 좁고 폐쇄된 공간, 즉 ‘룸’ 안에서 진행된다. 7년 동안 감금된 조이(브리 라슨)는 아들 잭(제이컵 트렘블레이)과 함께 방 안에서만 살아간다. 그러나 잭에게는 그 방이 감옥이 아니라 온 세상의 전부다. 조이는 아이가 절망하지 않도록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작은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여주며, “이 방 밖에도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잭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좁은 방 안의 삶이 단순한 갇힘이 아니라, 한 아이에게는 완전한 세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잭의 눈에 방 안의 물.. 2025. 4. 1.
"거대한 무대 위의 삶" 영화 시네도키, 뉴욕(2018) 현실과 허구의 경계 – 끝없이 확장되는 연극시네도키, 뉴욕은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독창적인 서사를 통해 인간의 삶을 거대한 연극으로 그려낸다. 주인공 케이든 코타드는 자신의 인생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연극을 기획하지만, 그 연극이 점점 현실과 뒤섞이며 끝없는 확장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결국 무엇이 진짜 삶이고 무엇이 연극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예술이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이 예술처럼 반복되고 조작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초반부, 케이든은 연극 연출가로서 현실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점점 집착으로 변해가고, 그는 단순한 무대 장치를 넘어 실제 도시를 재현하려는 기이한 시도를 한다.. 2025. 3. 31.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상실과 치유, 삶은 계속된다" 과거의 그림자 – 트라우마와 죄책감의 무게《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한 인간이 지울 수 없는 과거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는 갑작스럽게 형이 세상을 떠나자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이 되어 고향 맨체스터로 돌아오지만, 그곳은 그에게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이 서려 있는 공간이다. 영화 초반, 리는 감정적으로 단절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보스턴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가지만, 쉽게 분노를 터뜨리고 자신을 학대하듯 외로움을 선택한다. 이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그가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자책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연출이다. 우리가 그의 과거를 알기 전까지, 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2025. 3. 31.
영화 프레스티지(2006) "마술이 만든 비극" 마술과 집착 – 경계를 넘은 경쟁《프레스티지》는 단순한 마술 영화가 아니다. 마술이라는 예술을 중심으로 두 남자의 경쟁과 집착이 어떻게 비극으로 치닫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와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은 한때 같은 마술사 조수였지만, 앤지어의 아내가 공연 중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원한으로 변한다. 이후 이들의 목표는 단순히 더 뛰어난 마술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 자체가 되어버린다. 보든이 ‘트랜스포터 맨’이라는 혁신적인 마술을 선보이자, 앤지어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비밀을 밝혀내려 한다. 하지만 단순한 연구를 넘어, 그는 마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의 집착은 점점 더 광기에 가까워지며,.. 2025.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