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닐라 스카이(2001), 가면 속의 자아
기억의 왜곡과 몽환적 구조는 영화적 서사라는 틀을 능란하게 비튼다. 전통적인 시간의 흐름, 인과관계, 그리고 현실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서서히 허물어진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한 남자의 사랑과 배신, 사고와 회복을 그린 듯하지만, 실은 주인공 데이비드의 의식 속을 탐사하는 미로 같은 여정에 가깝다. 현실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차츰 조작된 기억, 편집된 감정, 그리고 깊은 무의식의 발현임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극 중 인물과 마찬가지로 방향을 잃는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실’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편집되고 구성되는 주관적 경험임을 선언한다. 데이비드는 단지 기억을 잃은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재구성하는 인물이다. 그는 끔찍한 사고 이후, 스스로 만들어낸 ‘리빙 드림’..
2025.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