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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루틀리 애니씽(2018) "무한한 힘, 무책임한 인간"

by nonocrazy23 2025. 4. 19.

앱솔루틀리 애니씽(2018) "무한한 힘, 무책임한 인간"
앱솔루틀리 애니씽(2018)

아무것이나 할 수 있다면 생기는 일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우주 외계 종족이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무작위로 한 명을 선정,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면서 시작된다. 선택된 이는 평범한 교사 닐 클라크다. 닐은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처음에는 믿지 못하지만, 손짓 하나로 죽은 꽃이 되살아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자 점차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닐은 이 힘을 대의를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개인적 욕망을 채우거나 불편한 일상을 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어 하고, 학교 일을 쉽게 처리하려 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개 데니스와 말할 수 있게 만드는 등 매우 사소하고 즉흥적인 바람들을 실현하는 데 능력을 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얻은 결과들은 항상 예상과 다르게 꼬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면 그 감정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워지고, 일을 쉽게 끝내려 하면 엉뚱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닐은 무책임한 소망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한편, 외계인들은 닐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인간이 책임감 있게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인지 평가하려 한다. 만약 닐이 힘을 사악하게 사용하거나 인간 전체가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존재임이 증명되면, 지구는 파괴될 운명이다. 영화는 닐의 좌충우돌을 통해 무한한 능력이 주어졌을 때 인간이 과연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아무리 전능한 힘이 있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본능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점을, 영화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꼬집는다.

 

감독 테리 존스의 연출 스타일과 유머의 재해석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몬티 파이튼 멤버 중 한 명인 테리 존스가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코미디 감각이 전면에 드러나는 영화다. 테리 존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판타지나 과장된 히어로 서사를 배제하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일상의 소소한 부조리를 유쾌하게 꼬집는 데 집중했다. 전지전능한 힘이라는 엄청난 설정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거창한 전투나 대규모 스펙터클을 전혀 펼치지 않는다. 대신 닐이라는 인물이 작은 이익을 얻으려다 계속 상황을 악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한계와 욕망의 이율배반을 담담히 웃어넘긴다. 이는 전통적인 몬티 파이튼식 유머, 즉 진지한 설정을 가볍게 비틀고, 권위나 상식을 희화화하는 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영화 속 외계인 캐릭터들은 우주의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애처럼 유치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뿐 아니라 권력을 가진 존재 자체가 본질적으로 결함을 지닌 존재라는 테리 존스의 냉소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또한 영화는 과도한 감정 몰입을 피하고, 모든 사건을 일정한 거리감으로 바라본다. 닐의 엉뚱한 선택과 결과들도 비극적이라기보다는 해프닝처럼 묘사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심각한 문제조차 웃어넘기게 만든다. 이처럼 테리 존스는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우스꽝스러운 이면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전지전능이라는 허구적 설정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테리 존스 특유의 냉정한 시선을 코미디로 포장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유머는 겉으로는 가볍지만, 그 속에는 세상에 대한 깊은 회의와 통찰이 자리하고 있다.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호흡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설정 자체는 판타지 코미디지만, 그 안에서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은 결국 배우들의 연기다. 주인공 닐 역을 맡은 사이먼 페그는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그는 특유의 친근하고 어리숙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살려내면서, 관객이 닐이라는 인물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닐은 무한한 능력을 가졌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사랑에 서툴고, 세상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사이먼 페그는 이 인물의 작은 감정 변화를 과장 없이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특히 무능한 영웅 캐릭터를 우스꽝스럽게만 소비하지 않고, 그 안에 작고 진지한 고뇌를 담아내는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데니스, 닐의 반려견 캐릭터다. 데니스의 목소리는 고 로빈 윌리엄스가 맡았다. 이 작품은 로빈 윌리엄스가 생전에 녹음한 마지막 영화 중 하나로 남았다. 그는 특유의 따뜻함과 유머를 담아 데니스를 단순한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고, 영화의 진정성을 지탱하는 존재로 만들어냈다. 데니스는 단순한 개가 아니라, 닐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양심의 목소리로 기능한다. 두 배우의 호흡은 물리적으로 한 화면에 존재하지 않지만, 닐과 데니스의 대화를 통해 깊은 신뢰감과 정서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외에도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한 캐서린은 닐의 짝사랑 대상으로 등장하지만, 단순한 로맨스 대상이 아니라 자립적이고 자기 생각이 뚜렷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녀 역시 지나치게 판타지적이거나 클리셰에 빠지지 않고, 이야기의 현실성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낸다. 이처럼 배우들은 가벼운 소재를 단순한 장난처럼 소비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연기함으로써 영화 전체에 따뜻한 설득력을 부여했다.